크로아티아 Day 5, 2008

이종목 2008.11.12 13:24:13

# 크로아티아 Day 5, 2008



영화나 게임에서 볼 듯한 폐허된 건물, 그 앞은 또한 부의 상징인 Mercedes-Benz가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5시가 되니 눈이 떠졌다. 모스타르의 새벽은 정말 고요하였다. 숙소 옆의 클럽의 음악 소리도 없고, 모든 상가가 문을 열지 않고 있고 그 무엇보다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이슬람교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 제일 한 몫 하는 것 같다. 어제 미처 숙소에 아침을 해달라고 이야기하지 않아서 이리 저리 돌아 다니면서 아침하는 곳을 찾아 보았다. 숙소 어귀에 나와 보니 아직 문을 제대로 연 곳이 없고, 조금 걸어 나와도 아침을 하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차를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관광지 바로 옆에 가면 아침을 하는 곳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Stari Most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서 아침 식사 대용할 만한 것을 팔고 있었다. 페스트리 빵에 시금치과 두부같은 것을 섞은 속을 넣은 기다란 빵이었다. 친구와 각각 2개씩, 그리고 보스니아 커피(필터되지 않은)를 먹었다. 우리나라의 풍성하고 호텔의 컨티넨탈식 아침은 아니지만 배고픔에 참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요구르트 아이스 크림을 베이스로 각종 과일향 시럽을 얹은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밤에 보지 못한 모스타르 시내를 구경하기로 하였다. 차로 여기 저기 다녀 봤는데, Stari Most를 제외하고는 거의 폐허된 채로 남아 있었다. 정말 영화에서 보는 기본 구조물틀만 남은 건물이 허다하고, 폐허되어 있는 건물 대부분이 접근금지로 막혀 있었다. 그러나 도시 곳곳에서 인도를 정비하고 도로포장을 새로하는 등 재건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이러한 모습을 뒤로 하고 마지막 도착지인 두브로브니크로 향하였다.

# Balagaj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길목중 위치한 자그마한 마을이다. 단순히 여행책자에서 본 사진 한컷이 눈에 띄어 들르게 되었다.

석회암이 녹아 내린 파아란 물이 절벽아래 동굴로 부터 흘러 내리고 그 옆에 숨어 있는 듯한 하얀 이슬람사원이 참 아름답게 어울린 곳이다. 지나서 생각인데 아름답게 어울린 그 모습 그 자체뿐이었다.


 


블라가이, 석회암 강 옆에 지어진 이슬람 사원

지금도 들어가기 위해서는 긴바지를 입어야 하며 여자는 차도르를 둘러 써야 한다.

 


조금 쉬면서 구경하려고 하였으나 갈길이 아주 멀어 몇몇 사진만 찍고 나섰다. 두브로브니크 향하는 길을 다시 접어 들었는데, 분명 크로아티아와 이어지는 국경을 넘는 도로인데도 도로가 참 허술하였다. 일부는 흔히 우리나라에서 보는 농촌에서 보는 시멘트 포장 도로가 보이고 계속되는 산길과 도로 포장을 한참을 달리다가 갑자기 차가 밀리기 시작하였다. 역시나 두브로브니크로 이어지는 길에 있는 국경이었다.

역시나 무사히 통과하고 다시 네비게이터를 켰다. 딜레이없이 크로아티아의 지도를 바로 잡았다. 이제 전화기도 다시 쓰고 두브로브니크 민박집 사장과 통화를 했다. "오늘 오후에 도착한다"고...


이제 이런 산길, 해안길이 다소 지루하다. 계속가다 보니 다시 보스니아로 들어가고 Neum이라는 도시에 들어 왔다. 크지는 않지만 내륙을 갖고 있는 보스니아에서 유일한 해안 도시이다. 여기에서 물가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차에 기름을 가득채우고 두브로브니크로 바로 향했다.


# Dubrovnik

"아드리아해의 진주"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다니는, 크로아티아 최고의 관광지 중의 하나,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인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했다.

사진에 봐왔던 민박집앞에서 주인아저씨와 통화를 했다. 훨친한 키에 다소 마른 체격 그리고 큰 썬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Mr. Ivo(이하 이보)

이보 아저씨와 차를 함께 타고 주차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다시 국도로 접어드는 오르막으로 올랐다. 잠시 크로아티아 국도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크로아티아 자체가 "C" 모양으로 휘어져 띠처럼 길게 해안선을 따라 있는 형태다 그러다 보니 동쪽으로는 산맥이며, 서쪽으로는 해안이 자리잡고 있고 그 간격이 넓지가 않아 약간이라도 평지와 태풍을 피할 수 있는 형태의 지형이라면 항구와 마을이 들어서 있다. 그 마을 이어주는 도로는 거의 하나 밖에 없으며 왕복2차선으로 마을로 접어들려면 해안으로 내려가는 도로가 된다.

그래서 구석구석 보니 흰선으로 그어진 도로가 있다. 이보 말로는 여긴 몇날몇일 세워두어도 주차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보스니아 사람들 중에 도둑이 있다고 하여 귀중품은 모두 가져가자고 이야기 하였다. 차를 세워둔 곳에서 숙소까지 한 10여분 걸었다. 절벽에 도시가 있는 까닭에 직선거리는 가까워도 도로는 한참 둘러 오는 것이었다. 오면서 내내, 호텔은 비싸고, 자기집은 싸다고 광고를 한다. 그러면서 로크룸 섬 이야기를 하는데 누드 비치가 있고, 두브로브니크 항에서 바로 갈 수 있으며, 자기 집에 비치 타월을 준다고 해수욕을 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지금까지 차로 계속 이동했고 구경하기 바빠서 한나절 정도는 쉬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숙소에 오니 다른 한국인 여행객이 있었다. 한살 어린 여자였는데 자기 혼자 여행을 다니면 그냥 계속 숙소에 쉬게 된다면서 따라 나설려고 하였다. 해수욕을 갈거라고 하니 초면인데 살드러내기가 부끄럽다고 하더니 이내 곧 옷 갈아 입고 나선다. 크로아티아에 와서 계속 바다만 봤지 직접 물에 들어가지는 못하였는데 드디어 외국에서 해수욕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약간 흥분되었다. 로크룸까지 가는 배를 타고 섬에 오니 곧 문을 닫을 시간이라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약 1시간 정도 해수욕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나라 해수욕장은 beach개념의 모래사장이 있는 곳인데, 여기는 그런 곳이 없고 모두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가에 다이빙 위주로 수영을 즐기는 곳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발이 닿는 곳까지 수영을 하면서 놀았다.

한참을 놀고는 Lonely Planet에 잘 알려진 피자 집에서 저녁을 먹고, 거기에서 라스코 라는 맥주를 마셨는데 흑맥주 종류인데 참으로 부드럽고 쓴 맛이 일품이었다. (나중에 안 내용인데 크로아티아 2번째 맥주라고 한다.) 피자는 토핑이 많이 얹어져 있지는 않고, 기름기가 많이 빠진 해산물 피자였는데, 내 입맛에 맞는 듯 하였다. 밥먹고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에서 야경을 감상하였다.

숙소로 돌아와서 그 여행객과 내 친구와 세명이서 이것 저것 이야기 하다가 곧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