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EV
그 동안 저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하이브리드 차가 이미 도로에 많이 보인다. 게다가 BMW에서 도시형 출퇴근 차량의 순수 전기차를 내겠다고 약속을 지키면서 올해 출시 되었다.
이와 동시에 국내에서도 SM3, 레이 등 시범적으로 보이던 전기차를 제주도에서 각종 지원사업으로 손에 쥐게 되는 수준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추첨이긴 하다.
이에 국내 모 업체에서 레이 전기차를 렌트카로 대여해 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궁금증에 한 번 렌트를 해 보았다.
제일 궁금한 사항이
엔진 장착 차량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주행 가능 거리에 대한 불편감은 없을까?
이 두가지 이다.
엔진 장착 차량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제주도에 국한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주도에서 차량운행을 할 떄 전기차여서 더디게 움직일까에 대한 의문은 완전히 접어 두시길 바란다. 아시다 시피 엔진은 적정 RPM으로 가야지만 최대 초크가 나오고 그 RPM을 곱해서 최종적으로 느낄 수 있는 출력이 나온다. 그 RPM대가 최근 터보등 장착하여 2000RPM 미만으로 끌어 내리는 것이 최근 추세이다. 그러나 모터는 바로 시작하자마자 최대 토크를 보이고 있어 이 것이 바로 바퀴에 연결되어 시내 주행은 물론 국도 주행에서도, 한라산을 넘는 도로에서도 전혀 불편하지 않게 달릴 수 있다. 제주도내 도로가 빨라야 80km/h 속도 제한을 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속도까지는 전혀 무리 없이 주행할 수 있다.
게다가, 아이들링에서는 무소음, 한참 달려도 익숙한 엔진 소리는 없고, 바퀴에서만 올라오는 마찰음만이 있는 점을 느낄 때에는 아주 빠른 범퍼카를 타는 기분이다.
주행가능 거리에 대한 불편감은 없을까?
제주도에 국한되어 이야기 한다면,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운전하는 내내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전기차 충전 방식이 완속 방식과 급속 방식이 있다. 완속은 8시간 정도 충전하면 100%까지 충전가능하다. 급속은 80%까지 밖에 충전이 되지 않으며 그나마 18%부근에서 80%까지 하려면 약 18분 정도가 소요된다. 80% 충전했을 때에는 약 80km 주행가능하다. 물론 에어콘을 작동시키면 약 5km 줄어든다. 그래서 제주도내 일정을 짤 때 항상 급속 충전기 위주로 여행지를 짤 수 밖에 없다. 이 충전소가 지금 계속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이며, 여행중에 충전을 위해 경로를 바꿔야 한다면 최대 10km 정도는 각오를 하여야 한다. 주관적인 스트레스는 처음 LPG차가 나오던 시점인 2000년도 전후해서 LPG 충전소를 찾는 그 이상이다. 또한, 충전소가 읍면 사무소, 시에서 주로 운영하는 공원이나 도서관, 공기업 등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주차장이 밤새 개방된 곳이라면 언제든지 가서 충전이 가능하지만, 일부 공원에서는 폐장시간 이후에는 주차장을 닫아 버리기 때문에 그 충전소 위치만 생각하고 갔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주차장 관리인이 있으면 깨우면 될 듯 한데 해보지는 않음)
그러나 반대로 부품의 단순화로 인해 유지비가 줄어들 수 있겠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엔진의 경우 10,000~15,000km마다 엔진오일, 트랜스미션 오일, 게스킷, 한번씩 시동모터가 나가며 알터네이터도 나가고, 50,000~100,000km마다 점화플러그, 연료펌프 등 소모품 교환이 상당히 많다. 최종적으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거나 모터 성능이 떨어졌을 떄 교환 비용이 얼마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점검을 해야하는 시점의 간격이 충분히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주 센터를 왔다갔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이득은 시간적으로 엄청나다고 본다.
전기차 충전하는 모습, 충전기 케이블이 생각보다 무겁다. 셀프 주유소의 주유기 호스보다 훨씬 무겁다.
그럼 레이 EV에 대해 느낀 점을 살펴보자.
우선 가솔린 차와 비교했을 때 외형은 큰차이가 없다. 범퍼 앞에 완속 충전 연결 부분이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 될 듯 하다. 실내를 보아도 큰 차이가 없다. 배터리를 바닥 밑에 깔았다고 들었으나 직접적으로 확인은 해보지 못했다. 다만 엔진 후드를 열고 모터 부분에서 케이블이 연결된 곳을 살펴보니 차량 밑부분으로 가는 케이블이 보인다. 그리고 엔진으로 빽빽히 차 있어야 할 공간은 상당히 비어 있다. 엔진룸에는 EV가 쓰여진 커버가 전기차라는 것을 확실히 밝히고 있다.
전기차임을 밝히는 아주 큰 마크
레이의 엄청난 장점이 슬라이드 도어, 조수석 앞좌석을 약간만 앞으로 당겨도 뒤에서는 엄청난 공간이 생긴다.
실내에서 키를 꽂아 ON까지 돌려보면 엔진차와 큰 차이가 없다. 거기서 ignition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올리면 계기반에 READY라는 초록불이 뜬다. 이 때부터 주행가능하다. 엑셀을 밟으면 위에도 이야기했다 시피 소리 없이 스르륵 나아간다. 타이어 마찰음과 바람 가르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계기반에 READY가 점등된 상태. 좌측에는 출력 정도와 충전 정도를 중간에서는 속도, 우측에는 남은 배터리량을 보여준다.
드라이브 모드는 총 3가지가 있다.
일반적인 D 모드, 그 아래 E모드와 B모드가 있다.
출력은 2단계로 세팅되어 있다. 엑셀 반응에 따라 일반적인 모드와 에코모드이다. D 모드에서는 일반적인 모드이며 답답함없이 나간다. 엑셀을 뗴게되면 현대차 특유의 디커플링 상태로 상당히 컷오프 상태로 달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때 회생충전양은 그래프 1/5 정도이다. E모드는 에코 모드로 현대차 가솔린차량에서 보이는 에코모드와 상당히 유사하다. 엑셀을 밟아도 상당히 억세된 출력이다. 그러나, 뒷 따라 오는 차량만 고려하지 않는다면 70km/h 내지는 80km/h까지는 충분히 달릴 수 있고, 에너지 회생은 D와 B모드의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 충전한 배터리를 가장 오래 쓰려면 E모드가 제격이다. B모드는 출력은 D모드와 같이 답답함 없이 나가며, 에너지 회생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상당한 내리막이 아니고서는 충전이 쉽지 않다. 즉 엔진 차량의 엔진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B모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진 곳에서 쓰면 유용하다. 에코모드로 달리다가 B나 D모드로 레버를 전환하면 꼭 BMM 변속기의 D에서 S로 옮기는 듯한 반응이며, 거의 딜레이 없이 반응이 나타난다.
기어레버, 스텝게이트 방식이며 D에서 우측을 젖힌 후 위로 올리면 E, 앞으로 당기면 B모드이다. 보통 레버를 앞으로 당기면 -에 해당하는데, BMW 레버처럼 +로 된다고 생각하면 레이싱 스타일도 살짝 고려???
한적한 교차로에서 3/4정도 엑셀을 밟으면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이내 80km/h내지는 90km/h이다. 시내에서는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현대차의 취약한 부분인 트랜스미션도 없고, 게다가 전자식 페달이 그 것을 물리적으로 변화시켜 열어줄 스로틀도 없으니, 엑셀페달에서 타이어로 이어지는 단계가 상당 부분 줄어들어 엑셀 반응은 꽤 신속한 편이다. 성인 남녀 2명과 아직 돌도 되지 않은 아이, 그리고 29인치 캐리어를 싣고 달리는데 전혀 불편감이 없었다. 그러나 풀악셀 몇번이면 충전 단계중 1단계가 쉽게 닳기 때문에 재미로 밟은 풀악셀이 나중에는 충전소를 찾는 고통으로 되돌아 온다.
이 정도 게이지가 남게되면 이 정도 갈 수 있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레이EV는 배터리를 바닥에 깔았고 (BMW i3처럼), SM3는 뒷좌석 등받이 시트 뒷부분에 설치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레이의 경우 코너링에서 생각보다 롤링이 적었다. 다만 타이어 상태가 조금 좋지 않은 지 한라산을 넘을 때 끼익 소리가 몇번 나긴 한다.
다만 브레이크 감이 빌린 차량만의 특성인지, EV차량만의 특성인지, 현대기아차가 브레이크 페달 앞부분에 많이 몰려있다고는 하지만 페달을 반정도 밖에 밟지 않았는데 풀브레이킹이 들어간 일이 2번 있었다. 나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니 동승자는 오죽하겠냐만은.. 이 점은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주행 성능에 대해서는 레이EV가 달리기를 위해 태어난 차가 아니기에 이 정도 기술하겠다.
다음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기아차에서 고민했던 부분을 느꼈다.
트립컴퓨터에서 주행가능 거리 아이콘은 현재있는 핀에서 충전기 표시 만큼 떨어진 아이콘이 나온다. 그러나 충전중일 때는 충전기 표시등만 뜨면서 남은 충전 시간을 보여준다. 나한테는 생각지도 않은 깨알같은 디테일이었다.
충전중이면 계기반에 충전기 모양의 빨간색이 점등되며, 남은 충전 시간을 보여 준다.
게다가 READY상태에서 D로 레버를 옮기면 오토차량에서 볼 수 있는 클리핑 기능을 전기차에서 구현을 해 놓았다. 그것도 위화감 없이. 주차를 할 때 순간 전기차임을 잊어버릴 정도이다.
또한 네비게이션이 기본 장착되어 있는데, 주변 시설물에 대한 검색을 하게 되면 전기충전소가 항상 ON으로 되어 있어 언제든지 충전소 위치를 확인을 해주며, 가고자 하는 거리가 주행가능 거리보다 멀다면, 충전부터 먼저하라는 안내까지 해준다. 충전소에서 충전전에 네비게이션을 작동해서 바로 충전소까지 안내를 해주는 지는 확인을 못했다.
48시간 정도 렌트했고 그나마 하루는 다른 일정에 충분히 타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저 멀리 있던 전기차가 손안에 쥘 수 있고, 충전 스테이션이 미미하지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걸 체험했다. 이 정도라면 바로 도시내와 그 근교를 이동하는 데 충분하다고 보며 빠른 시일내 제주도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서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Pros.
시내에서는 전혀 답답함 없는 주행 성능
전기차가 이 정도로 발전했다라고 보여준 익숙함
아직 적절한 비용이 책정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행 비용 (일시적인 장점)
레이에서 보이는 엄청난 실내공간(레이 한정)
배터리 배치로 인한 저중심 설계
렌터카 반납시 연료 충전에 신경쓰지 않아도 됨
Cons.
아주 비싼 차량 가격 (차량 가격은 비싼데 경차라서 렌트비는 비슷)
짧은 주행거리 (주행거리를 늘이기 위해 에어콘을 끄고, 제주도를 여행한다면 자연과 함께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각종 똥냄새는 덤)
많이 발전되었다고는 생각하나 여전히 긴 충전시간
제주도에서 일부 관리되지 않은 충전소 (충전 커넥터 불량, 충전소 가능 시간 제한)
충전 시간 20여분도 쉽게 즐길 수 있고, 충전하러 가기 위한 드라이브도 재미라고 느낄 수 있고, 최종적으로 비행기시간에 촉박하지 않게 충전을 여유 있게 할 수 있고, 아주 고속으로 달리지 않은 여행객에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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